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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교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이해가 안 됐습니다. 누군가는 그 한 시간을 위해 준비했을 텐데, 최소한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나서는 그 단순한 판단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히 버릇없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학습 동기 상실, 숫자로 보면 더 씁쓸하다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교실의 10~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80~90%는 엎드려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거나,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여러 교사들이 한결같이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나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현상을 설명할 때 교육학에서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학습된 무기력이란, 반복적인 실패나 통제 불가능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이 스스로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심리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참여 자체를 선택지에서 지워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더 주목했던 건 아이들의 하루 일과였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이동하고, 저녁을 먹은 뒤 또 다른 학원에 가거나 과제를 합니다. 시험 기간에는 새벽까지 공부합니다. 이 일정을 어른이 며칠만 그대로 소화해도 꽤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출처: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의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권고 기준인 8~10시간에 크게 못 미치는 6시간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수면 부채(Sleep Debt) 상태인 셈입니다. 수면 부채란 누적된 수면 부족이 마치 빚처럼 쌓여 인지 기능과 집중력을 장기적으로 저하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건, 의지의 문제이기 이전에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야 저는 엎드린 아이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 수업에 실제로 참여하는 학생 비율: 교실의 10~20% 수준
- 국내 중고등학생 평균 수면 시간: 6시간대 (OECD 권고 기준 8~10시간 미달)
- 학습된 무기력이 심화될수록 수업 참여 의지 자체가 사라짐
- 학원 일정 + 학교 수업의 이중 부담이 만성 피로로 이어지는 구조
공교육 위기의 진짜 핵심은 입시 경쟁이 만든 서열화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씁쓸했던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는 잠을 자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학원은 돈을 내고 가는 곳이니 집중한다는 단순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더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학원 수업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직결되고, 학교 수업 중 일부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서 수능이란 대한민국 대입 전형의 핵심 지표로, 사실상 한 학생의 대학 진학 경로를 결정하는 표준화 시험입니다. 이 시험의 영향력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공부를 수능 기준으로 줄 세우기 시작합니다. 수능과 관련 없는 과목은 '포기해도 되는 시간'으로 분류됩니다. 이건 아이들이 나쁜 게 아니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입시 경쟁 구조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학습시킨 결과입니다.
실제로 출처: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 참여율은 2023년 기준 고등학생의 경우 66%를 넘어섰고,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학교가 학습의 중심이 아닌 사회생활 연습 공간으로 밀려나고, 실질적인 학습은 학원이 담당하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공교육의 정체성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교사가 영상을 만들고 재미있는 자료를 준비해도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는 건, 수업의 질 문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숏폼 콘텐츠의 자극 강도와 속도를 학교 수업이 경쟁해서 이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 수업이 반드시 유튜브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배움에는 때로 지루함도 포함됩니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다시 읽고, 낯선 개념을 붙잡고 씨름하는 과정에는 어느 정도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교육학에서는 '생산적 실패(Productive Failure)'라고 부릅니다. 생산적 실패란, 즉각적인 해결책 없이 문제를 오래 붙잡는 경험이 오히려 깊은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입니다. 모든 수업이 즐거워야만 참여하겠다는 태도가 당연해지는 건, 교육적으로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 돌리는 건 공정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모든 수업에 성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좋은 대학을 위해 효율적으로 공부하라고 말하는 건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은 그 모순 사이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찾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제 경험상,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그 모순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교에서는 자는데 학원에서는 안 자는 이유가 뭔가요?
A. 단순히 학원이 더 재미있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학원 수업은 수능이나 내신 성적에 직접 연결되는 반면, 학교 수업 중 일부는 입시와의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됩니다. 이 판단이 쌓이면서 '학교는 자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입시 구조가 아이들의 학습 우선순위를 사실상 결정하는 셈입니다.
Q. 교사가 수업을 더 재미있게 만들면 해결되지 않나요?
A. 수업의 질을 높이는 노력은 분명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숏폼 콘텐츠의 자극 강도를 학교 수업이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입시 구조와 사교육 의존도라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수업 방식만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Q.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워야 하나요, 그냥 둬야 하나요?
A. 현장 교사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갈등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매번 깨우면 수업 흐름이 끊기고 갈등이 생기고, 그냥 두면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기보다는, 잠드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접근이 더 유효합니다. 만성 피로인지, 학습 동기 상실인지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현상, 앞으로 더 심해질까요?
A. 입시 구조가 현행대로 유지되는 한, 이 흐름이 단기간에 역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 자료 기준으로 고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이 이미 66%를 넘었고, 사교육비 총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이 학습의 중심으로 돌아오려면 수업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입시 제도 차원의 구조적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잠든 아이를 깨우는 것만으로는 교실을 깨울 수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제가 진짜 걱정하는 건 아이들이 잠을 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닙니다. '배울 가치가 있는 것'과 '시험에 나오는 것'이 같은 말이 되어버린 상황이 걱정입니다.
한국사를 배우고 문학을 읽는 이유가 반드시 수능 점수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지금 당장 관심 없는 분야가 몇 년 뒤 자신의 진로와 연결될 수도 있고, 낯선 개념과 씨름하는 경험이 사고력 자체를 키우기도 합니다. 학교는 그런 우연한 만남이 일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공간의 의미를 다시 묻는 것, 그게 지금 교실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