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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나쁜 게 아니라 타고난 것일 수 있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한때는 성격은 환경이 만드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가족을 오래 지켜보다 보니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적 기질이 성격 형성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 쌍둥이 연구가 그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주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유전적 기질 — 성격의 출발은 노력 이전에 있었다
성격을 바꾸고 싶다고 마음먹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끝내 편해지지 않는 상황들이 있었고, 반대로 남들이 힘들다는 일을 저는 별 부담 없이 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게 전부 노력의 차이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심리학과 유전학 연구를 찾아보니, 성격 차이의 40~70%는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유전적 기질이란, 태어날 때부터 신경계와 뇌 구조에 새겨져 있는 반응 경향성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환경을 경험하기 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설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독일 본 대학의 마틴 라이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호기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해마와 편도체가 뇌의 보상 네트워크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편도체는 감정 반응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호기심이라는 성격 특성이 뇌 구조 자체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릴을 즐기는 성향도 마찬가지입니다.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의 변이가 새로운 자극을 향한 접근 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독일 본 대학).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란 뇌에서 쾌감과 보상 신호를 받아들이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이 유전자의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면 같은 자극에도 전혀 다른 강도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럼 나는 원래 이 모양이었다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자책하던 부분들에 다른 설명이 생긴 셈이니까요.
- 성격 차이의 40~70%는 유전적 요인이 설명한다 (심리학·유전학 연구 기반)
- 해마·편도체와 보상 네트워크의 연결 강도가 호기심 수준과 연관
-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 변이가 스릴 추구 성향에 직접 영향
- 유전적 기질은 환경 경험 이전에 이미 반응 방향을 설정
쌍둥이 연구 — 30년이 지나도 같은 향수를 썼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연구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토머스 부샤드 교수가 진행한 쌍둥이 연구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수십 년간 전혀 모르고 살아온 일란성쌍둥이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인데, 재회 당시 이들이 보여준 공통점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중 메리와 일레인 자매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명은 엄격한 가정에서, 다른 한 명은 자유분방한 댄서 가족 사이에서 자랐는데, 3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의 사고방식과 매너, 심지어 선호하는 옷과 향수까지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성장 환경이 그토록 달랐는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굳게 믿어온 저로서는 꽤 충격적인 사례였습니다.
이 연구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개념이 유전율(Heritability)입니다. 유전율이란 집단 안에서 어떤 특성의 차이 중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통계적으로 추정한 값입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일치하고, 이란성쌍둥이는 50%만 일치합니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일란성쌍둥이는 이란성쌍둥이보다 성격·취향에서 훨씬 더 높은 유사성을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성격 유전율이 상당히 높다는 강력한 근거로 쓰입니다(출처: APA PsycNet — 쌍둥이 연구 데이터베이스). 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성격의 35~50% 이상이 유전적 영향을 받으며, 측정 오차를 보정하면 실제 유전율은 60~70%에 가까울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 연구를 볼 때 한 가지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격의 70%가 유전된다'는 표현을 한 개인의 성격 중 70%가 부모에게서 그대로 복사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전율은 개인 단위가 아니라 집단 단위의 통계치입니다. 같은 성향이라도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호기심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충동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맥락을 빼고 숫자만 보면 중요한 걸 놓치게 됩니다.
성향 이해 —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
제가 이 주제를 오래 생각해온 이유 중 하나는 가족 때문입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인데도 누구는 낯선 곳을 향해 먼저 걸어가고, 누구는 익숙한 자리에서 깊이를 더해갑니다. 예전에는 그 차이를 경험이나 의지의 문제로 봤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조심성이 많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 겁이 많아?"라고 계속 말하는 것, 혼자 있는 걸 편해하는 사람에게 "좀 어울려"라고 재촉하는 것. 제 경험상 이런 말들은 상대를 바꾸기는커녕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계속 부족한 것으로 느끼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성격의 5요인5 요인 모델(Big Five)이 유용한 틀이 됩니다. 성격의 5 요인 모델이란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이라는 다섯 가지 차원으로 개인의 성격을 기술하는 심리학 모형으로, 현재 성격 연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 체계입니다. 이 모형에서 각 차원은 높고 낮음이 있을 뿐, 어느 방향이 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조심스러운 성향은 신중함으로, 새로운 자극을 피하는 성향은 안정 추구로 읽힐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를 바라볼 때 이 관점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의 성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시도는 아이에게 자기 자신을 부족한 존재로 학습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성격 연구가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실용적인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타고난 성향 자체를 고치려 하기보다, 그 성향이 건강하게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 바꿔야 할 행동과 존중해야 할 성향은 분명히 구분됩니다. 그 구분을 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격은 정말 유전으로 타고나는 건가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나요?
A. 성격의 40~70%는 유전적 기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경이나 노력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타고난 성향이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의 핵심 방향성은 유전자가 잡되,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은 경험이 다듬는다고 보는 것이 가장 현실에 가깝습니다.
Q. 쌍둥이 연구가 성격 유전을 증명한다고 하는데, 어떤 원리인가요?
A.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50%만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면,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성격 유사성이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이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값이 유전율(Heritability)입니다.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조차 취향과 행동 방식이 닮아 있다는 토머스 부샤드 교수의 연구는 이 유전율이 환경 차이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Q. 내성적인 아이를 외향적으로 키우는 게 가능한가요?
A. 행동 패턴을 조금씩 넓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타고난 기질 자체를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고, 아이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내향적 성향이 사교성의 부재가 아니라 에너지 충전 방식의 차이임을 이해하면,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그 아이가 편안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Q. 성격의 5요인 모델(Big Five)이 뭔가요?
A.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의 다섯 가지 차원으로 개인의 성격을 기술하는 심리학 모형입니다. 현재 성격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류 체계로, 각 차원은 높고 낮음이 있을 뿐 어느 방향이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출발점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결론
예전에는 모든 사람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타고난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려는 시도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제대로 아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유전적 기질이 성격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결정론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관용으로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쓸데없는 비교도, 자책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성향이 '고쳐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그것이 타고난 기질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