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이렇게 느려?" 아이를 재촉하려고 한 말인데, 그 말이 아이 안에서 '나는 느린 사람'이라는 이름표가 되어 붙어버릴 수 있습니다. 아동 발달 전문가 원민우 교수의 사례를 접하면서, 저도 일상에서 무심코 뱉었던 말들을 오래 되짚어보게 됐습니다. 행동을 고치려다 존재를 규정해버리는 말, 그리고 그것을 바꾸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부모의 말이 아이의 이름표가 되는 순간아동 발달 및 언어 발달 전문가 원민우 교수는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라벨링(labeling)을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라벨링이란 특정 표현을 반복적으로 들은 아이가 그 말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내면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굼뜨다'는 말을 자주 들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조급함을 달고 사는 것, '실수하니'라는 별..
많은 가정에서 부모가 대화의 70~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아이와 많이 대화할수록 말하기 실력이 늘 거라고 믿었는데, 정작 그 대화에서 말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돌아보니 답이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를 말 잘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 "더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비워주는 것"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대화 비율과 수용적 경청 — 부모가 덜 말할수록 아이는 더 말한다언어 발달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발화 기회(turn-taking opportunity)'입니다. 여기서 발화 기회란 대화 중 상대방이 말을 시작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뜻합니다. 아이의 언어 능력은 이 공간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말, 한 번도 안 해본 부모가 있을까요.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똑같은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버드 의대 소아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10대의 문제 행동 상당수는 성격 탓이 아니라 뇌 발달의 구조적 불균형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아이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이 성격이 문제인 게 아니었다 — 비난말이 편도체를 건드리는 이유"너는 왜 맨날 그러니?" 이 말, 생각보다 자주 쓰고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이 질문에 답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이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를 수 있거든요.10대의 뇌는 감정과 충동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가 이미 성인 수준에 가깝게 발달해 있습니다.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