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은데 왜 이렇게 덤벙거리지,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고지능 ADHD에 관한 내용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 아이의 얼굴이었습니다. 뇌 발달 장애라는 설명 하나가 그동안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행동들을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뇌발달 지연이 만드는 착시 — 똑똑해 보이는데 왜 이럴까아이가 어떤 날은 놀라울 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다가, 다음 날은 방금 전에 들은 심부름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모습이 그냥 집중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나서야 이게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ADHD는 근본적으로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
아이가 흥분해서 달려오면 저도 반사적으로 "누가 잘못한 거야?"를 먼저 물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아이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다 보면,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아이의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ADHD를 가진 아이일수록 이 간격이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라 인지 왜곡 때문이라는 점을 알고 나서 저의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같은 사건, 다른 기억 — ADHD 아동의 인지 왜곡유치원에서 제가 직접 목격한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런 경우였습니다. 분명히 실수로 부딪힌 상황이었는데, 한 아이는 "쟤가 일부러 밀었어요"라고 했고, 다른 아이는 "저는 그냥 지나가던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어른 눈에는 답이 명확해 보이는 상황이..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감정이 먼저 올라와 후회했던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면 "왜 또 그래?"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어느 부부의 사례는 제가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옷을 찢고, 아이를 몰아붙이는 모습은 훈육이 아니라 감정 폭발에 가까웠고, 그 장면을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훈육과 감정조절의 경계선방송에서 등장한 어머니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아이가 입으려던 옷을 찢어버렸습니다.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는 교육적 의도였다고 하지만, 그 방식은 명백히 과했습니다. 아동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정서적 학대(Emotional Abuse)'의 범주로 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