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12명을 동시에 키운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입니다. 밥 먹을 자리조차 부족해 서서 식사하고, 장 보러 가면 카트 여러 개를 끌고 다니며, 큰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일상.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솔직하게 "동생이 많아서 싫다"라고 말하는 순간,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순간들을 마주했기 때문에, 이 가족의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형제가 많다는 건 축복일까, 부담일까
12남매를 키우는 집에서는 모든 일상이 경쟁과 조율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식사 시간만 봐도 그렇습니다. 밥상에 앉을자리가 부족해 큰아이들은 서서 먹거나 돌아가며 먹어야 하고, 반찬을 먼저 집지 않으면 금방 동이 나버립니다. 부모님은 "뺏길까 봐 급하게 먹지 말라"라고 말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그런 긴장감 속에서 식사를 하는 셈입니다.
여기서 '형제 서열 효과(sibling hierarchy effect)'라는 개념이 떠오릅니다. 이는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자원(음식, 공간, 관심 등)을 두고 경쟁이 심해지며, 특히 중간 순서 아이들이 심리적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발달심리학 이론입니다. 실제로 이 가족의 6번째 아이는 "동생이 그만 태어났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관심과 공간이 계속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저도 아이가 두 명인데, 동생이 태어난 후 첫째가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첫째 입장에서는 부모의 관심이 분산되고 자기 물건을 나눠 써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다자녀 가정에서는 이런 감정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 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트를 여러 개 끌고 다니며, 아버지는 계산대에서 물건이 중복으로 찍혔는지 일일이 확인합니다. 원플러스원 세일 상품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이 간식을 집으면 "반찬 사러 온 날"이라며 단호하게 제지합니다. 2주에 한 번씩 대량으로 장을 보는데, 이런 꼼꼼함이 없으면 12명을 먹이고 입히는 게 불가능할 겁니다(출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평균 월 식비는 약 100만 원 수준인데, 12명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300만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군대식 훈육, 과연 효과적일까
이 가정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부를 때 "3, 2, 1" 카운트다운을 합니다. 불러도 나오지 않으면 "일로 와. 빨리 나와"라고 명령조로 말하고, 아이들은 즉시 반응해야 합니다. 방에 있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불러 모아 훈계하는 모습은, 마치 군대 조교가 병사들을 집합시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방식을 '권위주의적 양육(authoritarian parenting)'이라고 부릅니다. 권위주의적 양육이란 부모가 엄격한 규칙과 명령을 중시하고, 아이의 복종을 요구하는 양육 방식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Diana Baumrind)가 제시한 양육 유형 중 하나로, 단기적으로는 아이들이 규율을 잘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물론 12명을 동시에 키우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통제가 불가피합니다. 일일이 설득하고 대화하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부족할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통제하려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6번째 아이는 아버지의 명령에 겉으로는 따르지만, 속으로는 억울함과 불만이 쌓여 있었습니다. 결국 혼자 방에서 울다가 아버지에게 다시 불려 나왔고, 아버지는 "남자가 왜 우냐"며 다그쳤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빨리 해"라고 재촉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바쁜 아침에는 명령조로 말하게 되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아이 표정이 굳어 있거나 눈물을 글썽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세게 나간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듭니다. 12명을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이런 순간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될 테니, 얼마나 힘들까 싶으면서도, 아이들 마음은 누가 돌봐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게 왜 중요할까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는 명확하게 짚었습니다. "생각과 마음과 행동은 다른 영역입니다. 어차피 얼굴 다 나갈 거니까 잘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건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이가 부끄럽고 싫다는 건 '마음'이에요. 마음은 맞다 틀리다가 없습니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드는 거예요."
이 말이 핵심입니다. 부모는 "형제가 많은 게 축복이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라고 아이의 마음을 부정하려 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실제로 동생들 때문에 장난감을 치워야 하고, 외출할 때마다 동생을 돌봐야 하고, 친구들에게 "왜 동생이 그렇게 많아?"라는 질문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네가 이상한 거야"라고 부정하면, 아이는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수용(emotional validation)'이라고 부릅니다. 감정 수용이란 상대방의 감정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해 주는 태도를 말합니다. 특히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감정 수용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제시한 대화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너는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 먼저 감정을 인정한다
- "네 마음은 이해해" — 공감을 표현한다
-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서로 도와야 해" — 그다음에 행동 방향을 제시한다
저도 요즘 이 방법을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동생 때문에 귀찮아"라고 말하면, 예전에는 "동생인데 그게 뭐가 귀찮아?"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 네가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라고 먼저 인정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도 금방 마음을 풀고, 나중에는 스스로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감정을 인정받은 아이는 오히려 더 협조적으로 변한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12남매를 키우는 건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 각각의 마음이 묻히지 않도록, 부모가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동생이 많아서 싫다"라고 말할 때, 그건 가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훨씬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효율적인 훈육'보다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대화'가 결국 더 오래가는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자녀 가정이든 소수 자녀 가정이든, 결국 중요한 건 아이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