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 4,000명을 추적한 조사에서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 수능 점수가 약 20점 높았고 대기업·공기업 취업 비율도 약 20% 앞섰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그래서 많이 읽으면 된다는 말인가?' 하고 잠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독서량이 아니라 독서의 질이 문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입니다.책을 읽었는데 왜 기억이 안 날까 — 꼼꼼히 읽기의 출발점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5·6학년 14명을 대상으로 10주짜리 '꼼꼼하게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시선 추적 검사 결과였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제목도 건너뛰고 문장을 훑듯 지나쳤다는 사실, 그림 정보에는 거의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이건 읽은 ..
솔직히 저는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이 오히려 아이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하지 마"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왔던 시절, 저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부모의 불안이 양육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과잉보호가 시작되는 지점 —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아이가 뭔가를 시도하려는 순간, 저는 이미 머릿속에서 결과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넘어질 것 같고, 상처받을 것 같고, 친구들한테 무시당할 것 같은 그림이요. 그리고 그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그러지 마"가 나왔습니다.제가 나중에 이 반응을 심리학 개념과 연결해서 다시 들여다봤을 때, 인지행동치료(CBT)에서 말하는 파국화(catastroph..
아이를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서, 정작 부모가 모든 걸 대신 해주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이 모순을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기주도성은 책상 앞에서 갑자기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아이가 신발 끈을 묶으려 낑낑대는 그 순간에 조용히 자라고 있었습니다.부모가 더 해줄수록, 아이는 더 못하게 된다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불편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곱씹어 보면 볼수록, 그 불편함이 바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어른 기준으로 1분이면 끝날 일이 아이에게는 10분이 걸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손의 소근육(fine motor skills)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
자존감 높은 아이를 키우려면 칭찬을 많이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믿음을 꽤 오래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부딪히며 수정하게 됐습니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해"라고 말해줘도 아이가 작은 실패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서, 자존감이란 게 말로 심어지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쌓이는 것임을 실감했습니다. 존재의 가치를 믿는 힘,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이 두 가지가 함께 자라야 합니다.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 같은 말이 아닙니다일반적으로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비슷한 개념으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험상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교육 방향이 엇나가기 쉽습니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나는 존재 자체로 가치 있다"는 내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