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훈육과 통제를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들으면 훈육이 성공한 거고, 안 들으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들여다볼수록 당장의 순종과 진짜 교육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행동이 나쁜 게 아니라 네가 나쁜 거야" — 말의 방향이 전부입니다제가 직접 목격한 장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아이가 컵을 쏟았는데 어른이 "너는 왜 항상 이러니, 제대로 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실수를 지적한 거겠지만, 아이 얼굴에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된 사람이구나'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습니다.이게 핵심..
착한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더 빨리 지친다는 말,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15년간 심리치료사로 일한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내담자의 고민이 결국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저는 착함과 소통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장관'을 신설할 만큼 사회적 고립을 국가적 의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통은 성격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술이고, 그 기술을 연습하지 않으면 착한 사람일수록 더 오래, 더 깊이 지칩니다.수동적 의사소통이 착함으로 오해받는 이유친구가 무례한 농담을 던졌을 때 불편했지만 웃으며 넘어간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왜 그 말을 그냥 흘려보냈는지 혼자 곱씹으며 꽤 ..
아이를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서, 정작 부모가 모든 걸 대신 해주고 있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이 모순을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기주도성은 책상 앞에서 갑자기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아이가 신발 끈을 묶으려 낑낑대는 그 순간에 조용히 자라고 있었습니다.부모가 더 해줄수록, 아이는 더 못하게 된다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불편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곱씹어 보면 볼수록, 그 불편함이 바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어른 기준으로 1분이면 끝날 일이 아이에게는 10분이 걸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손의 소근육(fine motor skills)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
저도 한때는 남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말을 재치 있게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괜히 작아지고, 일 빠른 동료 옆에선 제가 너무 굼뜬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김경일 교수와 김재원 아나운서가 함께 쓴 책 '우월한 열등감'을 접하고 나서, 그 작아지는 감각의 정체가 뭔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열등감이 꼭 없애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르게 읽어야 할 신호인가 —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한국의 비교문화,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 직업, 결혼 여부, 심지어 종교까지 묻는 문화가 한국에는 유독 강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이를 확인하고 나면 어느 순간 말투가 바뀌고 자리 배치도 달라지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