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높은 아이를 키우려면 칭찬을 많이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믿음을 꽤 오래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부딪히며 수정하게 됐습니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해"라고 말해줘도 아이가 작은 실패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을 보면서, 자존감이란 게 말로 심어지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쌓이는 것임을 실감했습니다. 존재의 가치를 믿는 힘,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이 두 가지가 함께 자라야 합니다.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 같은 말이 아닙니다일반적으로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비슷한 개념으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험상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교육 방향이 엇나가기 쉽습니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나는 존재 자체로 가치 있다"는 내면의 ..
아이가 "왜 공부해야 해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백수 될 수도 있으니까요"였습니다. 어른이 준비한 그 어떤 모범답안보다 솔직하고, 솔직히 좀 찔렸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꽤 자주 있습니다. 어른이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서 답이 나올 때, 저는 매번 제가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틀린 가정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운동회 승패 논쟁, 빼곡한 사교육 일정, 그리고 아이들만의 돈 감각까지, 어른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매번 새롭습니다. 운동회 승패, 없애면 정말 아이가 보호될까일반적으로 운동회에서 승패를 없애면 아이의 정서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아이들 옆에서 지켜봤을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게임에서 진 직후..
솔직히 저는 '돈 안 드는 교육'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요즘 교육비가 얼마인데, 정말 돈 없이도 된다고? 그런데 부부 합산 55년 경력의 초등 교사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니, 핵심은 돈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과 관계라는 걸 제대로 느꼈습니다.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 못 해서 미안해하기 전에,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학원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장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쳐본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부모님들의 불안은 대부분 비슷한 곳에서 시작됩니다."다른 집 아이는 벌써 수학 선행을 시작했대요.""지금 영어 학원 안 보내면 늦지 않을까요?"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불안이 커질수록 부모는 아이의 시험 점수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집착이 ..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사회에서도 잘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 임상심리 현장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찔렸습니다. 아이 숙제는 꼼꼼히 챙기면서 아이가 친구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는 대충 넘겼던 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문제 풀이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은 다릅니다아이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왔을 때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이 안도감이었습니다. 반대로 점수가 떨어졌을 때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그런데 임상심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시험에서 쓰이는 능력은 문제 풀이 능력, 즉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문제 풀이 능력이란 정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