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 생활 · 육아

아이의 식습관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에 부모로서 정리해본 기준들

by tinkle 2026. 1. 22.

아이의 식습관 때문에 유독 마음이 예민해지던 시기가 있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넘어가던 식사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밥을 먹기 전부터 아이의 반응을 살피게 되고, 한 숟갈을 먹는지 안 먹는지에 따라 부모의 감정도 함께 흔들렸다.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편안하기보다 긴장되는 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아이의 식습관이라고 생각했다. 잘 먹지 않는 모습, 갑자기 거부하는 음식, 먹는 양의 변화가 모두 문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아이의 행동 자체보다 부모인 나의 시선과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아이의 식습관으로 마음이 지쳐 있던 시기에, 부모로서 스스로 정리해 보았던 기준들을 기록한 이야기다.


아이의 식습관보다 부모의 긴장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식탁 분위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아이보다 오히려 부모가 더 긴장하고 있었다. 아이가 음식을 남길까 봐, 안 먹을까 봐, 혹시 부족할까 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 긴장이 말투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고, 아이는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이때 처음으로 ‘아이의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식사 시간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를 먼저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인식의 전환은 이후 기준을 정리하는 출발점이 됐다.

‘잘 먹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나는 아이가 ‘잘 먹고 있다’는 상태를 꽤 명확하게 정해두고 있었다. 정해진 양을 먹고, 골고루 먹고, 남기지 않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기준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기준이 과연 아이에게도 같은 의미일까라는 질문이 들었다.

아이의 컨디션, 기분, 하루의 흐름에 따라 식사량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었다. 매 끼니 같은 모습이 반복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성급한 기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잘 먹는 모습’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보기로 했다.

먹는 양보다 식탁에서의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두었다

식사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늘 ‘얼마나 먹었는가’였다. 숟가락 횟수, 남은 음식의 양에 따라 식사의 만족도가 결정되다 보니,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무거워졌다. 그래서 기준을 바꿨다. 먹는 양보다 식탁에서의 분위기를 먼저 보자는 것이었다.

아이가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지, 식사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는 않는지, 말 한마디 없이 긴장만 흐르지는 않는지를 살폈다. 이 기준을 세우고 나니, 아이가 적게 먹는 날에도 식사 시간이 덜 힘들게 느껴졌다.

집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 시간을 보내는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부모의 모습

식습관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기로 했다

아이의 식습관을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부모의 태도는 자연스럽게 교정 쪽으로 기울게 된다. 나 역시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습관은 단기간에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과정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식습관을 ‘지금의 상태’로 받아들이는 기준을 세웠다. 지금 잘 먹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그럴 거라고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준은 부모의 조급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했다

식사와 관련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도 다시 정리해 보았다. 부모는 식사를 준비하고, 시간을 정하고,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입맛이나 식욕까지 조절할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불필요한 갈등이 생긴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이 기준은 식사 시간에 감정이 격해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식사 시간이 평가의 시간이 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식사가 끝난 뒤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아이에게는 평가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늘은 왜 이것만 먹었어?” “어제보다 더 안 먹네” 같은 말들이 쌓이면, 아이는 식사 자체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식사가 끝난 뒤에는 결과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먹은 양보다 ‘함께 앉아 있었던 시간’ 자체를 하나의 식사 경험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이 기준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식습관과 부모 역할을 동일시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의 식습관이 좋지 않다고 느껴질 때, 부모로서의 역할까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식습관이 곧 부모의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이 기준을 세우고 나니, 식사 시간이 실패나 성공으로 나뉘지 않게 됐다. 그저 하루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정리하며

아이의 식습관으로 고민하던 시간을 지나오면서 알게 된 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반드시 아이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 그 시간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먼저 정리되자 같은 상황도 이전과는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크게 달라진 선택이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매 끼니를 평가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의 반응 하나하나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작은 차이가 쌓이면서 식사 시간은 더 이상 긴장의 순간이 아니라 하루를 지나가는 평범한 장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 변화는 조용했지만, 일상에서는 분명히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