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사라졌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없어졌다고 아이가 달라지는 건 아닌데, 왜 진단명을 통합했을까 싶었거든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진단 기준은 80년 넘는 시간 동안 조용히, 그러나 꽤 근본적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아이의 발달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진단명은 왜 계속 바뀌었을까 — 자폐 진단의 변천자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43년입니다.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 레오 캐너가 9명의 영아 사례를 분석하며 '조기 영아 자폐증(Early Infantile Autism)'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사회적 고립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가져온 'Autism'이라는 단..
솔직히 저는 한동안 아이가 사람을 좋아하면 사회성이 좋은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적장애 아동을 이해하는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그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었고, 이 차이를 모르면 아이의 행동을 자꾸 엉뚱하게 판단하게 됩니다.사람을 좋아하는데 왜 친구 관계가 어려울까일반적으로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함께 놀고 싶어 하면 사회성이 좋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든 의문은 이거였습니다.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관계를 잘 이어가는 능력'은 정말 같은 걸까?지적장애 아동은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그러..
솔직히 저는 누군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그것을 의지나 태도의 문제로 먼저 판단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죠. 그런데 경계선 지능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좁은 기준으로 사람을 보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일반 인구의 약 15%가 해당된다는 이 개념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모호한 지시가 만드는 문제경계선 지능은 IQ 70~85 사이에 해당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지적 장애(IQ 70 이하)와 평균 지능(IQ 85~115) 사이에 위치한다는 뜻인데, 진단명이 아니라 하나의 지능 분포 범위입니다. 그래서 "경계선 지능 장애"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고, 이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이 범위에 있는 분들이 특히 어려움을..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자폐를 특정한 '모습'으로 떠올렸습니다. 말을 전혀 못 하거나, 눈을 절대 안 마주치거나. 그런데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직접 지켜보다 보니 그게 얼마나 좁은 시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아이마다 증상의 색깔이 전부 다르고, 그래서 더 빨리 알아차리기도, 더 쉽게 오해하기도 합니다. 처음엔 그냥 '순한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유치원 상담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름을 부르면 바로 쳐다보나요?" 처음엔 왜 그걸 굳이 묻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그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는 것을 전문 용어로 호명 반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호명 반응이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반응을 보이는 행동을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