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아이들을 자주 봐온 저는 아기 돌봄쯤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세 시간 18개월 아기를 맡아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유식 한 숟가락 먹이려고 비행기 흉내를 내고, 기저귀 교환 하나에 유튜브를 검색하던 그 정신없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시간에 10만 원이면 개꿀" 아기가 오기 전까지는아는 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아기를 못 봐주게 됐는데, 두세 시간만 봐줄 수 있냐고요. 18개월짜리 아이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귀찮기보다 계산이 먼저 됐습니다. 두 시간에 10만 원이면 시급이 얼마냐고 따져보고, 잘 보살펴줘서 다음에도 일감을 받자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그런데 아기가 집 안에 ..
아이에게 선택권을 줬더니 되려 공부를 더 안 하더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꽤 자주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네가 골라봐" 했더니 영원히 고르지 않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을 시키는 것과 자율성을 기르는 것이 같은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기 시작했습니다. 공부 습관 형성, 처음부터 크게 잡으면 무너진다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라는 말을 요즘은 교육 현장 어디서나 듣습니다. 여기서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선택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학습 방식을 의미합니다.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제가 직접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이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처음부터 너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뒤돌아 앉아 바라보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육아라니요. 저는 아이가 잘 노는지 계속 살펴보는 게 당연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동정신건강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관심'이라고 믿었던 행동 중 일부가 사실은 제 불안을 다스리는 방식이었다는 걸 처음으로 의심하게 됐습니다. 주양육자의 정서가 아이의 세계를 만든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 곁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동발달 연구에서 말하는 주양육자(primary caregiver)란 단순히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서 주양육자란 아이가 배고프고, 춥고, 무섭고, 피곤할 때 그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해 주는 사람을 말합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부모가 정작 아이에게 가장 먼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딱히 특별한 것을 해준 것 같지 않은데 아이가 평생 제일 먼저 찾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얼얼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해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희생이 아니라 감정을 기억한다제가 아이에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했던 날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숙제를 미루고 있으면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시험을 못 봤다고 하면 공부를 왜 그렇게 했냐고 물었습니다. 친구와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데 너도 잘못한 게 없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때는 그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짚어주고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