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뒤늦게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방금 제가 한 말이, 어릴 때 제가 가장 싫어했던 바로 그 말이었다는 걸.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그 말이 정확히 감정이 올라온 순간에 튀어나왔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진짜 사랑을 전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제가 직접 고민하고 바꿔온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정서적 안정 — '해준 것'과 '느낀 것'은 다릅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많이 해주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것을 먹이고, 학원을 보내고, 필요한 물건을 사주는 것. 그런데 그것과 아이가 실제로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여기서 ..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사회에서도 잘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 임상심리 현장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찔렸습니다. 아이 숙제는 꼼꼼히 챙기면서 아이가 친구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는 대충 넘겼던 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문제 풀이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은 다릅니다아이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왔을 때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이 안도감이었습니다. 반대로 점수가 떨어졌을 때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그런데 임상심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시험에서 쓰이는 능력은 문제 풀이 능력, 즉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문제 풀이 능력이란 정해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뒤돌아 앉아 바라보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육아라니요. 저는 아이가 잘 노는지 계속 살펴보는 게 당연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동정신건강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관심'이라고 믿었던 행동 중 일부가 사실은 제 불안을 다스리는 방식이었다는 걸 처음으로 의심하게 됐습니다. 주양육자의 정서가 아이의 세계를 만든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 곁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동발달 연구에서 말하는 주양육자(primary caregiver)란 단순히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서 주양육자란 아이가 배고프고, 춥고, 무섭고, 피곤할 때 그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해 주는 사람을 말합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부모가 정작 아이에게 가장 먼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딱히 특별한 것을 해준 것 같지 않은데 아이가 평생 제일 먼저 찾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얼얼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해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희생이 아니라 감정을 기억한다제가 아이에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했던 날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숙제를 미루고 있으면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시험을 못 봤다고 하면 공부를 왜 그렇게 했냐고 물었습니다. 친구와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데 너도 잘못한 게 없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때는 그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짚어주고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