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말해도 소용없어요." 아이의 이 한마디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제가 뭔가를 크게 놓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토록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데, 정작 아이는 부모에게 마음 문을 닫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 간극은 관심의 양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였습니다.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의도를 못 본 날들명절 세배 자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사례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생에게는 새 한복을 사주고, 이 아이에게는 다른 옷을 사주기로 이미 합의가 된 상황이었거든요. 어른 눈에는 "약속했잖아, 왜 우는 거야?"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그런데 그 아리에서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있다는 게 어떤 의..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은 가르침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어떻게'입니다. 저는 사회적 기술을 명시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지금까지 제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기대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대화 연습 — "같이 놀자"는 한 마디도 연습이 필요하다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른들은 흔히 "소극적인 성격"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든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성격 교정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문장 한 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안녕, 너도 이거 좋아해?" "지금 뭐 하고 있어?" "나도 같이 해도 될까?" 어른 귀에는 단순해 보이는 이 문장들이 아이에게는 진입 ..
솔직히 저는 꽤 오래 난독증을 그냥 '글자를 거꾸로 읽는 문제'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초등 4학년인데도 글자를 그림처럼 그려내는 아이의 이야기를 접하고, 제가 난독증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언어 발달 지연, 쓰기 장애, 부모의 과잉보호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이 사례를 들여다보면서, 아이의 어려움을 노력 부족으로 보는 시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언어발달 지연, 얼마나 늦으면 걱정해야 할까이 아이는 26개월까지 세 단어 이상을 말하지 못했고, '엄마', '아빠'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어 발달 센터 평가 결과는 표현 언어 1년 반 지연, 수용 언어 1년 지연이었습니다. 여기서 표현 언어란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몸짓으로 외부에 전달하는 능력을 뜻하..
솔직히 저는 한동안 훈육과 통제를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들으면 훈육이 성공한 거고, 안 들으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들여다볼수록 당장의 순종과 진짜 교육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행동이 나쁜 게 아니라 네가 나쁜 거야" — 말의 방향이 전부입니다제가 직접 목격한 장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아이가 컵을 쏟았는데 어른이 "너는 왜 항상 이러니, 제대로 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실수를 지적한 거겠지만, 아이 얼굴에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된 사람이구나'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습니다.이게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