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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생활 · 육아

아이가 “심심해”를 자주 말할 때 부모가 바꾼 대응 방식 정리

by tinkle 2026. 1. 18.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심심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처음에는 그 말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이가 놀 거리를 찾고 있나 보다, 잠깐 관심을 끌고 싶은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이 반복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아무리 장난감을 꺼내주고, 활동을 제안해도 금세 다시 “심심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때부터는 ‘정말로 심심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글은 아이가 “심심해”를 자주 말하던 시기에, 부모로서 기존의 대응 방식을 돌아보고 실제로 바꿔보았던 과정을 정리한 기록이다.

“심심해”라는 말에 바로 반응하던 습관

처음에는 아이가 심심하다고 말하면 바로 반응했다. 무언가를 제안해야 할 것 같았고, 부모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놀이를 제안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꺼내주거나, 함께 뭔가를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심심해”라는 말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가 더 지치는 느낌이었다. 그때 깨달은 점은, 부모가 너무 빨리 반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이의 말 뒤에 어떤 상태가 있는지 살피기보다는, 그 말을 ‘해결해야 할 신호’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이가 정말로 심심한지 관찰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심심해”라고 말해도 바로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아이의 행동을 잠시 지켜봤다. 가만히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는지, 뭔가를 시작하려다 멈추는지 등을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아이는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심심한 경우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할 때 “심심해”라는 말을 더 자주 하고 있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오히려 시작을 어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같은 공간에 있는 부모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

놀이를 제안하기보다 선택권을 줄였다

이후부터는 놀이를 많이 제안하는 방식 대신, 선택지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거 해볼래? 저거 해볼래?”라는 질문을 줄이고, “지금 이 두 가지 중 하나 해볼까?”처럼 범위를 좁혔다.

이렇게 하자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활동을 시작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부모가 계속 새로운 자극을 주지 않아도, 아이는 한 활동에 더 오래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경험을 통해, 심심함은 꼭 놀거리가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을 불안해하지 않도록 도왔다

아이의 “심심해”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하다는 의미도 섞여 있었다. 부모가 곁에 있어도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아이는 그 시간을 어색해하는 듯 보였다.

대신 아이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다는 걸 보여주기로 했다. 부모가 각자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아이도 혼자 놀이를 시작했다가, 필요할 때만 말을 걸어오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부모가 먼저 조급해지지 않기 위해 의식했던 점

아이의 “심심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부모 쪽에서 먼저 조급해질 때가 있었다. ‘지금 뭔가 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이가 심심하다고 말하자마자 부모가 서둘러 반응하면, 아이는 스스로 시간을 보내려는 시도를 하기 전에 이미 도움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마음속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당장 개입해야 할 상황인가?”, “아이에게 잠시 생각할 여유를 줘도 괜찮은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자, 불필요한 개입이 줄어들었고 아이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다.

부모가 조급해하지 않으니, 아이도 ‘지금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이 변화는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집 안 분위기를 훨씬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심심해”를 문제로 보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심심해”라는 말을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그 말이 나오면 뭔가 잘못된 것 같았고,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심심함은 때로는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떠올릴 준비를 하는 과정일 수도 있었다. 그 시간을 너무 빨리 채워주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정리하며

아이가 “심심해”를 자주 말할 때, 그 말 자체를 줄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대신 그 말이 나오는 상황과 아이의 상태를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 놀이를 늘리거나 자극을 추가하는 것보다, 부모의 반응 방식과 환경을 조금 조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 선택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우리 집에서는 이런 방향이 가장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아이의 “심심해”라는 말 앞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라면, 한 번쯤 점검해 볼 수 있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심심함을 없애야 할 문제로 보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는 하나의 신호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