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부모가 잠깐만 자리를 옮겨도 따라오고, 집 안에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지금 뭐 해?” “나랑 같이 있어줘”라는 말이 잦아진다. 처음에는 애교처럼 느껴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반복되다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점점 에너지가 소모된다. 무엇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아이가 혼자 있는 능력을 키우기 어려운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생긴다.
그렇다고 아이를 갑자기 혼자 두면 불안해하는 반응이 더 커질 수 있고, 부모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혼자 있어야지”라고 밀어붙이기보다,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이유와 패턴을 먼저 관찰하고, 집 안 환경과 부모의 반응을 조금씩 조정해 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때 실제로 시도해 봤던 방법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혼자 있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문제’로 규정하기 전에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있는 걸 힘들어하면 ‘독립성이 부족한가?’ 같은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려워하는 건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집에 오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필요할 수 있고, 친구 관계나 학습 부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날에는 더 붙어 있으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왜 혼자 못 있어?”처럼 아이를 평가하는 질문을 하기보다, “오늘 학교는 어땠어?” “집에 오니까 어떤 기분이야?”처럼 상태를 확인하는 질문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이 변화만으로도 아이의 반응이 조금 부드러워지는 날이 있었다. 혼자 있기 어려워하는 건 ‘고쳐야 하는 결함’이라기보다, 그 시기 아이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됐다.
부모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는 기대부터 낮췄다
아이와 오래 붙어 있다 보면 아이는 부모의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진다. 부르면 바로 와주고, 심심하다고 하면 바로 해결해 주고, 잠깐 불편해해도 부모가 곧바로 개입한다.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아이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연습할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서 나는 우선 “반응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아이의 호출이 들리면 즉시 달려가기보다, 10초만 숨을 고르고 상황을 판단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단순히 “함께 있고 싶다”는 표현인지 구분하려고 했다. 중요한 건 무시가 아니라, ‘필요할 때 돕는다’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었다. 부모가 조급해하지 않으니 아이도 “반드시 지금 당장”이라는 긴박함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완전히 혼자 두는 방식은 아이에게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 단계는 최대한 낮게 잡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같은 공간에서 각자 하기’였다. 부모는 책을 읽거나 정리, 간단한 집안일을 하고, 아이는 옆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 레고, 퍼즐처럼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도록 했다.
여기서 핵심은 “직접적으로 같이 놀아주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연결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계속 말을 걸었지만, 부모가 대답을 짧게 하면서도 차분하게 받아주면 아이도 점차 자기 활동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생겼다. 이 방식은 부모에게도 부담이 덜했고, 아이에게도 ‘혼자 해도 괜찮다’는 안전한 경험을 쌓게 해 줬다.
혼자 놀이 시간을 ‘짧게’ 잡고, 끝을 확실히 만들어줬다
혼자 있는 시간을 길게 만들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다. 나는 시간을 짧게 잡았다. 10분, 15분 정도면 아이도 견딜 수 있고, 부모도 불안이 덜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끝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가장 불안해하는 건 혼자 있는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는 상태’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옆에서 이거하고 있을게. 10분 지나면 같이 물 마시자”처럼 작은 약속을 정했다. 시간이 끝나면 약속을 지켰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끝나면 다시 연결된다’는 신뢰를 쌓는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능력은 결국 연습과 신뢰 위에서 자란다고 느꼈다.
혼자 있는 시간에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없앴다
부모는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야 한다”는 기준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책을 읽게 하거나, 공부를 시키거나,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과제’가 된다. 과제가 되는 순간, 혼자 있는 시간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앉아 있어도 되고, 종이를 끄적여도 되고, 잠깐 멍하니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이에게는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이 태도는 아이의 부담을 줄여주었고, 부모도 “잘하고 있나?”를 평가하는 마음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
아이에게 도움이 됐던 ‘부모 말투’는 따로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연습할 때, 부모의 말투는 생각보다 중요했다. “혼자 좀 있어” “왜 그렇게 못 해?” 같은 말은 아이에게 ‘거절당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같은 의미라도 표현을 바꿨다.
- “혼자 있어” 대신: “엄마는 여기 있을게. 필요하면 불러줘.”
- “왜 못 있어?” 대신: “지금 혼자 있는 게 조금 불편해?”
- “그만 따라와” 대신: “잠깐만 정리하고 갈게. 기다릴 수 있을까?”
이런 표현은 아이에게 ‘혼자 있으라는 명령’이 아니라 ‘안전하게 연습해 보자’는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말투를 바꾸니 집 안 분위기도 덜 긴장되었고, 아이도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일이 줄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아이보다 먼저 불안해지는 쪽은 종종 부모였다. “혹시 외로워하면 어쩌지?”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들면 부모는 아이에게 더 자주 말을 걸고 더 많이 개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 개입이 오히려 아이의 불안을 키울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완벽하게 혼자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혼자 있어도 안전하다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스스로 정리했다. 목표를 바꾸니 부모의 마음도 조금 편해졌고, 아이에게도 조급함이 덜 전달되는 것 같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성공 경험’으로 남겼다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잘 보낸 날에는 그 경험을 자연스럽게 되짚어줬다. 다만 “잘했어!”만 반복하면 평가처럼 들릴 수 있어서, “아까 혼자 그림 그릴 때 어떤 기분이었어?”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지?”처럼 아이가 스스로 경험을 말로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질문을 선택했다.
아이 스스로 “괜찮았어” “조금 심심했는데 할 만했어” 같은 말을 할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결국 중요한 건 “혼자 있던 시간이 끝났을 때의 감정”이 긍정적으로 남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리하며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할 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억지로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었다. 부모가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단계를 반복하며, 집 안 환경과 말투, 반응 속도를 조금씩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생겼다.
당시 아이의 성향과 가족의 일정 안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기준들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라면 “무엇부터 바꿔볼지”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아이도 부모도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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