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훈육과 통제를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들으면 훈육이 성공한 거고, 안 들으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들여다볼수록 당장의 순종과 진짜 교육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행동이 나쁜 게 아니라 네가 나쁜 거야" — 말의 방향이 전부입니다제가 직접 목격한 장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아이가 컵을 쏟았는데 어른이 "너는 왜 항상 이러니, 제대로 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실수를 지적한 거겠지만, 아이 얼굴에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잘못된 사람이구나'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습니다.이게 핵심..
아이가 크게 울 때 정해둔 규칙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지,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이 정도는 그냥 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하고 한 발 물러섰다가, 다음번엔 아이가 더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과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감정 공감과 요구 수용, 왜 자꾸 헷갈리는가훈육을 어렵게 만드는 첫 번째 지점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을 같은 행동으로 착각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둘을 분리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속상해하는데 원칙을 지키면 냉정한 부모가 되는 것 같아서요.실제로 한국의 워킹맘들 사이에서 양육 효능감(parenting efficacy)이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뒤돌아 앉아 바라보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육아라니요. 저는 아이가 잘 노는지 계속 살펴보는 게 당연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동정신건강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관심'이라고 믿었던 행동 중 일부가 사실은 제 불안을 다스리는 방식이었다는 걸 처음으로 의심하게 됐습니다. 주양육자의 정서가 아이의 세계를 만든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 곁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동발달 연구에서 말하는 주양육자(primary caregiver)란 단순히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서 주양육자란 아이가 배고프고, 춥고, 무섭고, 피곤할 때 그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해 주는 사람을 말합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부모가 정작 아이에게 가장 먼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딱히 특별한 것을 해준 것 같지 않은데 아이가 평생 제일 먼저 찾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얼얼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해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희생이 아니라 감정을 기억한다제가 아이에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했던 날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숙제를 미루고 있으면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시험을 못 봤다고 하면 공부를 왜 그렇게 했냐고 물었습니다. 친구와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데 너도 잘못한 게 없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때는 그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짚어주고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