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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교육 관련

아이 친구 관계 문제로 고민하며 알게 된 점

by tinkle 2026. 1. 25.

집에서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는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부모의 일상적인 모습

처음에는 아이보다 관계를 먼저 보게 되었다

아이가 친구 관계로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부모로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관계의 상태’였다. 누구와 잘 지내는지, 갈등은 없는지, 혹시 혼자 지내는 건 아닌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그 질문들은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선은 아이보다 상황을 먼저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표정이나 말투를 통해 느껴지는 변화보다, 관계가 ‘정상적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때는 그 기준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기준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의 말보다 부모의 해석이 앞섰던 순간들

아이는 관계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모인 나는 아이의 짧은 말과 행동 사이에 여러 의미를 덧붙이고 있었다. 아이가 집에 와서 조용히 지내는 날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했고, 친구 이름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관계가 멀어진 것은 아닐지 혼자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점은, 부모의 해석이 아이의 실제 감정보다 더 앞서 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이의 말이 적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말이 적은 이유를 부모가 먼저 정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관계를 ‘잘 지내야 하는 것’으로만 바라보았다는 점

아이의 교우관계를 떠올릴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잘 지내는 모습’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갈등이 없고, 늘 함께 어울리고, 문제없이 관계가 유지되는 상태를 자연스럽게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이의 관계 역시 변화하고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관계는 늘 일정하지 않고, 아이 역시 그 안에서 배우고 조정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그때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의 교우관계를 걱정하며 부모로서 무엇인가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떤 선택이 나을지 생각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마음이 항상 아이에게 필요한 방식은 아니라는 점도 그 시기를 지나며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 관계를 스스로 바라볼 여유가 필요할 수도 있었다. 부모의 개입이 빠를수록, 아이의 속도가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아이의 관계보다 부모의 태도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교우관계로 고민하던 시기를 지나며 부모로서 가장 많이 돌아보게 된 것은 아이의 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관계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였다.

아이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지나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에 따라 아이에게 전해지는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말에 반응하는 방식, 조용히 지켜보는 태도, 기다리는 시간의 길이 모두가 아이에게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었다.

말하지 않는 시간을 무시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해 항상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하루가 지나가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 침묵이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그 시간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관계를 정리하고 감정을 정돈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부모가 그 시간을 존중해 줄 수 있을 때, 아이는 자신의 방식으로 관계를 바라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의 결과보다 아이의 감각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되었다

그 시기를 지나며 나는 아이의 교우관계를 ‘어떻게 되었는지’보다 ‘아이가 그 관계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친구가 많아 보이는지, 갈등이 있었는지보다 아이가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기준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아이를 이해하는 데는 더 가까운 기준일지도 모른다.

정리하며

이 글은 아이의 교우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거나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아이의 관계로 고민하던 시기를 지나며 부모로서 어떤 시선의 변화를 겪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본 개인적인 정리에 가깝다.

아이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고, 부모의 마음 역시 그때마다 흔들릴 수 있다. 다만 그 시기를 통해 아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배움은 특정한 답이나 방법으로 남기기보다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한 부분으로 조용히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