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해할 때, 저는 늘 상대 아이 이야기부터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이의 감정을 듣고 있는 건지, 아니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건지.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친구 갈등에서 부모가 가장 먼저 놓치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라고 말합니다. 상대 아이의 행동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우리 아이 안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질이 다르면 친구 문제도 다르게 생긴다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다 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반응이 전혀 다른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 "나 하고 있었어"라고 바로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엄마한테 털어놓는 아이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니, ..
아이가 밥 먹다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을 때, 처음에는 한 번 봐줬습니다. 두 번째엔 "그만 봐"라고 했고, 세 번째엔 결국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은 분이라면, 저도 똑같은 상황을 꽤 오래 반복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춘기 자녀와 스마트폰 사이에서 부모가 어떤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옆집 총각 보듯 한다는 게 무관심이라고요?처음 이 표현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내 아이를 옆집 사람 보듯 하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생각해 보니 뜻이 달랐습니다. 아이를 방치하라는 게 아니라, 사춘기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해 주면 고맙고, 버튼 눌러주면 ..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나서 뒤늦게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방금 제가 한 말이, 어릴 때 제가 가장 싫어했던 바로 그 말이었다는 걸.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그 말이 정확히 감정이 올라온 순간에 튀어나왔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진짜 사랑을 전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제가 직접 고민하고 바꿔온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정서적 안정 — '해준 것'과 '느낀 것'은 다릅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많이 해주는 것이 곧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것을 먹이고, 학원을 보내고, 필요한 물건을 사주는 것. 그런데 그것과 아이가 실제로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여기서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뒤돌아 앉아 바라보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육아라니요. 저는 아이가 잘 노는지 계속 살펴보는 게 당연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아동정신건강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관심'이라고 믿었던 행동 중 일부가 사실은 제 불안을 다스리는 방식이었다는 걸 처음으로 의심하게 됐습니다. 주양육자의 정서가 아이의 세계를 만든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 곁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동발달 연구에서 말하는 주양육자(primary caregiver)란 단순히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서 주양육자란 아이가 배고프고, 춥고, 무섭고, 피곤할 때 그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해 주는 사람을 말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