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정에서 부모가 대화의 70~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아이와 많이 대화할수록 말하기 실력이 늘 거라고 믿었는데, 정작 그 대화에서 말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돌아보니 답이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를 말 잘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일이 "더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비워주는 것"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대화 비율과 수용적 경청 — 부모가 덜 말할수록 아이는 더 말한다언어 발달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발화 기회(turn-taking opportunity)'입니다. 여기서 발화 기회란 대화 중 상대방이 말을 시작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뜻합니다. 아이의 언어 능력은 이 공간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엄마도 아까 했잖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거든요. 초등학생이 되면 단순한 "싫어"가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근거로 꺼내는 말대꾸가 시작됩니다. 이게 버릇없음인지, 성장인지, 그 경계가 꽤 흐릿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평가'하기 시작하는 시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달라지는 게 하나 있습니다. 부모의 말을 그냥 받아들이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왜요?", "지난번엔 됐잖아요"라고 되묻기 시작하는 겁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변화가 생각보다 꽤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아동 발달 심리학에서는 이 시기를 메타인지(metacognition) 발달 단계로 설명합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행동과 비교해 판단하는 능력을 뜻합..
25년간 500만 명의 부모와 아이를 만나온 결과, 아이가 잘 되는 집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학원 수나 공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 그 한 가지였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어린 시절 현관문을 열던 순간이 불쑥 떠올랐습니다.엄마의 인상이 집의 공기를 바꾼다 제가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정확히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는 생각보다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던 순간의 공기는 지금도 선명합니다. 오늘은 말을 걸어도 되는 날인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날인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았습니다.이런 맥락에서 "엄마가 집에 들어왔을 때 집안 분위기가 환해지면 인상, 엄마가 나가야 집이 환해지면 진상"이라는 표현..
책상에 앉았는데 10분도 안 돼서 자꾸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는 경험, 저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필사를 시작했고, 2주쯤 지나서야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집중력이 늘어난 것보다 더 오래 남은 건 "그래도 오늘은 끝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필사가 집중력과 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이유까지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집중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었습니다집중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저도 오랫동안 '저 사람은 원래 끈기가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반대로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딴생각에 빠지는 사람을 보면 집중력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고요. 그런데 제가 직접 필사를 해보니 그 판단이 좀 단순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