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저는 웃음부터 나왔습니다. 엉덩이가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고 나니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집에 와서도 소파에 눕는 생활을 반복하는 저한테 정확히 해당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자가진단, 한쪽 다리로 서보면 알 수 있다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영어로 '데드버트 신드롬(Dead Butt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데드버트 신드롬이란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둔근, 즉 엉덩이를 이루는 근육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근육이 실제로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사용 빈도가 줄면서 점점 약해지고 반응이 느려지는 현상입니다.직접 확인하는 ..
유치원생 아이들을 자주 봐온 저는 아기 돌봄쯤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세 시간 18개월 아기를 맡아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유식 한 숟가락 먹이려고 비행기 흉내를 내고, 기저귀 교환 하나에 유튜브를 검색하던 그 정신없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시간에 10만 원이면 개꿀" 아기가 오기 전까지는아는 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아기를 못 봐주게 됐는데, 두세 시간만 봐줄 수 있냐고요. 18개월짜리 아이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귀찮기보다 계산이 먼저 됐습니다. 두 시간에 10만 원이면 시급이 얼마냐고 따져보고, 잘 보살펴줘서 다음에도 일감을 받자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그런데 아기가 집 안에 ..
아이가 "왜 공부해야 해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백수 될 수도 있으니까요"였습니다. 어른이 준비한 그 어떤 모범답안보다 솔직하고, 솔직히 좀 찔렸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꽤 자주 있습니다. 어른이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서 답이 나올 때, 저는 매번 제가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틀린 가정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운동회 승패 논쟁, 빼곡한 사교육 일정, 그리고 아이들만의 돈 감각까지, 어른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매번 새롭습니다. 운동회 승패, 없애면 정말 아이가 보호될까일반적으로 운동회에서 승패를 없애면 아이의 정서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아이들 옆에서 지켜봤을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게임에서 진 직후..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아이가 틀리면 화내는 것을 그냥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단순하게 봐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틀렸다는 사실보다 그 순간 자기 존재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걸, 실제로 그런 아이를 가까이서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완벽주의와 자기파괴, 그리고 거절민감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 이 글은 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완벽주의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자기 파괴였다제가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는, 수학 문제 하나를 틀렸다는 말을 했을 때 아이가 갑자기 "저는 살 만한 가치가 없어요"라고 말했을 때였습니다. 처음엔 과장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표정에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틀렸다'는 건 단순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