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손을 들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들지 못하는 아이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럴 때마다 앞으로 나오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면서, 그 망설임이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자존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존감은 아이의 선택, 관계, 도전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형성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양육 방식이 자존감을 어떻게 만드는가심리 검사에서 126명 중 자존감이 가장 낮다는 결과를 받은 열두 살 소연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특정 장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노는 곳 주변을 맴돌면서도 "같이 놀자"는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던 아이들의 얼굴이었습니다. 소연이 ..
솔직히 저는 교사를 하면서도 정작 제 아이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걸 한동안 몰랐습니다. 수업 중에는 "기다려봐, 스스로 해봐"라고 말하면서 집에 오면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80년대생 부모들이 과잉보호와 불안 사이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어디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를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과잉보호가 오히려 자기 효능감을 빼앗는다우리 세대가 왜 이렇게 아이 일에 빠르게 개입하게 됐을까요? 저는 그 이유가 단순히 사랑이 넘쳐서라기보다 복합적인 압박이 쌓인 결과라고 봅니다.첫 번째는 보상 심리입니다. 저 역시 어릴 때 학교 끝나면 빈집에서 혼자 있던 날이 많았고, 준비물을 빠뜨려도 누구 하나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그 외로움과 서러움이 몸에 새겨져 있으니, 내 아이에게만큼은 절..
'화내지 않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다짐이 오히려 더 크게 터지는 날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온 입장에서, 분노를 없애려는 노력보다 분노를 이해하는 방향이 훨씬 실질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습니다. 감정 조절의 핵심은 화를 참는 기술이 아니라 화가 나는 구조를 먼저 보는 일입니다. 분노도 기능이 있다 — 감정 억압이 더 위험한 이유화를 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심이 유지된 건 길어야 사흘이었습니다. 참다 참다 결국 터지는 날에는, 평소라면 절대 꺼내지 않았을 말까지 나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분노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감정을 눌러두는 것 자체가 수위를 높이고 있었던 겁니다.심리학에서는 이를 감..
아이 감정을 잘 읽어줄수록 더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속상했구나"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그런데 교실 안에서 여러 아이를 함께 지켜보다 보니, 마음을 읽어주는 것과 원하는 행동을 모두 허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마음읽기 육아의 진짜 의미, 그리고 어디서 어긋났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음 읽기 육아는 왜 오해를 낳았을까2000년대 전후, 체벌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 위축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마음 읽기 육아법'입니다. 원래 취지는 단순했습니다. 마음은 읽어주되, 행동에는 경계를 세운다는 것이었죠.그런데 이 방법이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