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결 자료를 펼쳐 놓고 숫자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정말 우리 아이 얘기인가?" 의대 95.7, SKY 93.3… 숫자는 명확한데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느낌. 제가 올해 2026학년도 정시 입결 분석을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든 감각이 그것이었습니다. 대학 라인이 한 단계 내려갈 때마다 평균 백분위가 약 2점씩 낮아진다는 사실, 그리고 중상위권 학생의 약 21.5%가 수능에서 10점 이상 하락을 경험한다는 통계. 커트라인 숫자보다 이쪽이 훨씬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2026 정시 합격선, 숫자가 말해주는 것먼저 짚어둘 게 있습니다. 각 대학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70% 컷, 즉 합격자 중 하위 30% 지점의 성적입니다. 여기서 '70% 컷'이란 합격자 전체를 성적순..
수업 시간에 교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이해가 안 됐습니다. 누군가는 그 한 시간을 위해 준비했을 텐데, 최소한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나서는 그 단순한 판단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히 버릇없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학습 동기 상실, 숫자로 보면 더 씁쓸하다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교실의 10~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80~90%는 엎드려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거나,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여러 교사들이 한결같이 비슷한 ..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900여 발의 총탄을 난사해 1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가해자 중 한 명의 어머니가 16년 뒤 책을 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집어들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가해자의 엄마가 털어놓은 것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아동 발달과 심리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장애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람입니다. 제가 직접 읽어보니 그녀가 스스로를 묘사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던 평범한 엄마. 저 역시 아이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 것 같다는 착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는 이해했습니다.수 클리볼드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에서 사건 당일 느꼈던 부끄러움과 외로움..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혼자 해결하는 것이 편하다"와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불편하다"를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두 문장이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행동 패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맥락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합니다. 생존전략이 굳어지는 방식 — 자기 탓, 밀어내기, 강한 척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Emotional Neglect)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뚜렷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기서 정서적 방임이란 신체적 학대처럼 눈에 보이는 사건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무시되거나 반응받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