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900여 발의 총탄을 난사해 1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가해자 중 한 명의 어머니가 16년 뒤 책을 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집어들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가해자의 엄마가 털어놓은 것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는 아동 발달과 심리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장애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람입니다. 제가 직접 읽어보니 그녀가 스스로를 묘사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던 평범한 엄마. 저 역시 아이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 것 같다는 착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는 이해했습니다.수 클리볼드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에서 사건 당일 느꼈던 부끄러움과 외로움..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혼자 해결하는 것이 편하다"와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불편하다"를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두 문장이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행동 패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맥락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합니다. 생존전략이 굳어지는 방식 — 자기 탓, 밀어내기, 강한 척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Emotional Neglect)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뚜렷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기서 정서적 방임이란 신체적 학대처럼 눈에 보이는 사건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무시되거나 반응받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겉으..
카페에서 옆 테이블 유모차 아기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슬쩍 웃어 보이고 손도 흔들었는데 아기는 표정 하나 없이 계속 저를 쳐다봤고, 결국 제가 먼저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게 그냥 웃긴 해프닝인 줄 알았는데, 발달심리학 연구들을 찾아보고 나서는 그 시선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뇌파 동기화: 아기의 시선이 연결을 요청하는 순간저도 처음엔 아기가 시력이 나빠서 가까이 있는 것만 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생후 3개월이 지나면 아기는 방 안 구석의 시계도, 창밖의 나뭇잎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 하필 사람의 얼굴을 고르는 건 흐릿한 시력 탓이 아니라 아기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입니다.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PNAS에 발표한 논문은 이 선택..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말을 잘 못하는 아이를 보면 "조금씩 시켜봐야 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주문도 해보고, 스스로 말하는 연습을 쌓아야 나중에 편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재혼가정 아이의 상담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고 나서 그 믿음이 꽤 좁은 전제 위에 서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재혼가정 아이가 침묵하는 진짜 이유영상 속 상황은 이렇습니다. 재혼가정의 첫째 아이가 새아빠, 동생들과 함께 살면서 가족 안에서 점점 조용해졌습니다. 학교는 나름 잘 다니고, 싸움을 일으키거나 문제 행동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가족과의 소통이 거의 없고, 새아빠가 가까이 오면 뒤로 물러섭니다.이 아이를 진단한 전문가가 꺼낸 용어가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이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