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사라졌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없어졌다고 아이가 달라지는 건 아닌데, 왜 진단명을 통합했을까 싶었거든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진단 기준은 80년 넘는 시간 동안 조용히, 그러나 꽤 근본적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아이의 발달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진단명은 왜 계속 바뀌었을까 — 자폐 진단의 변천자폐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43년입니다.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 레오 캐너가 9명의 영아 사례를 분석하며 '조기 영아 자폐증(Early Infantile Autism)'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사회적 고립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가져온 'Autism'이라는 단..
엄마가 딸을 위해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었는데, 딸이 고마워하기는커녕 분노를 느꼈다면 —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볼수록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어긋납니다. 특히 모녀 관계에서는요.가족이라서 더 세심해야 한다 — 경계 설정이 필요한 이유일반적으로 가족 사이에는 경계가 없어도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더 깊이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오랜 시간 감정이 쌓인 관계일수록 작은 말 한마디가 예상 밖으로 크게 박히기도 합니다.여기서 경계(boundary)란, 상대방의 행동 중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를 스..
솔직히 처음엔 이게 단순한 '아빠 육아 참여 독려'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아빠가 칭찬을 받아야만 아이 곁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공동육아가 맞는 걸까요.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며 가장 크게 걸렸던 지점이 바로 거기였습니다.역할분담의 실체 — 눈에 보이는 돌봄과 보이지 않는 노동아이와 한 시간 놀아주는 것과 그 한 시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준비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육아 일상을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도 그 부분이었습니다. 어린이집 알림장 확인, 예방접종 일정 관리, 계절 옷 교체, 이유식 재료 주문 — 이 모든 것이 한쪽에 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여기서 '정신적 부하(Mental Load)'라는 개념을..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아이를 위한다는 행동과 제 불안을 달래는 행동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학원을 바꾸고, 교재를 새로 사고, 일정을 다시 짜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에 안도했는데, 그게 아이한테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불안 관리와 예민한 아이의 양육 전략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놓쳤던 부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부모의 불안이 양육 방향을 바꾸는 순간 — 심리적 경계아이가 시험을 망쳤을 때, 저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보다 제 마음이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때 저는 그 감정이 당연히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절반은 아이 걱정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제가 부모로서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불안이었던 것 같습니다.여기서 심리적 경계(Psy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