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처음 했을 때 그냥 넘겼습니다. 피곤한가 보다,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며칠 연속 반복되었을 때, 제가 너무 안일하게 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학교폭력과 따돌림은 뚜렷한 멍이나 눈물 없이도 아이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을 수 있습니다.따돌림 징후, 생각보다 훨씬 조용합니다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이라 하면 주먹이 오가거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주변 사례들을 접하고 공부해 보니, 오늘날 더 심각한 형태는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관계적 공격성(Relational Aggress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관계적 공격성이란 신체적 폭력 대신 관계를 도구로 삼아 상대..
소아정신과 전문의도 아이에게 화를 낸다고 고백했을 때, 저는 솔직히 한참 멈춰서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뇌와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도 이 감정을 못 이긴다는 건데, 우리는 왜 그렇게 오래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을까.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낸 뒤에도 관계를 되돌릴 줄 아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감정조절: "10초 참기"가 전부가 아닌 이유육아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조언 중 하나가 "화가 날 때 10초만 참아라"입니다. 충동 억제(impulse inhibition), 즉 격해진 감정 반응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 전략인데, 인지행동치료에서도 근거 있는 기법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꽤 효과가 있거든요. 문제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모교육 이야기를 접하면서 늘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더 중요한 질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부모인 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국내 40~50대 여성의 우울증 약 처방률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는 통계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아이를 살피느라 정작 자신의 신호를 외면하는 부모들 이야기, 데이터와 제 경험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자기 돌봄: 부모의 우울과 자녀 과잉개입의 연결고리제가 직접 주변 40대 부모들을 보면서 느낀 건, 이 분들이 게으르거나 무심해서 지쳐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직장과 육아, 부모 세대 부양까지 동시에 감당하다 보니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도 "좀 피곤한 거겠지"라고 넘기기 일쑤입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아이가 울지 않으면 잘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사탕을 더 주고, 영상을 조금 더 틀어주는 것도 사랑의 방식이라고 여겼고요. 그런데 아이의 발달 과정을 공부하면서 그 생각이 절반쯤은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울리지 않는 것과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조부모 육아, 왜 지금 다시 봐야 하는가한국에서 맞벌이 가구 비율은 2023년 기준 전체 유배우 가구의 46.1%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부모 둘 다 직장을 다니는 가정이 절반에 가깝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부모가 아이를 맡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제가 주변을 봐도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정말 많습니다.문제는 이 구조가 미국 같은 ..